VIA-A-FLOW
AI BRIEF · No.016 · 2026.08.31 MON

컴퓨트는 넘치고, 규율은 여전히 사무소의 몫이다

2026년 8월 마지막 주 월요일 호.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 962억 달러와 앤트로픽의 장비 제어 규격, OpenAI의 커서 공급 중단, 국내 ‘모두의 AI’ 사업자 확정과 학습데이터 개방, 그리고 세계 설계사무소 26곳의 AI 사용 실태까지 — 컴퓨트와 도구는 넘치지만 사무소의 AI 규율은 아직 각자의 몫이라는 한 주를 기록합니다.

01TREND 01 · AI INFRA962억 달러, 수요는 아직 정점이 아니다⁠

지난 두 해 동안 "AI 인프라 투자는 언제 꺾이는가"는 업계의 가장 오래된 질문이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쪽도, 그 위에서 도구를 사는 설계사무소도 같은 질문을 다른 자리에서 던집니다. 8월 26일 발표된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은 그 질문에 대해,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답을 숫자로 내놓았습니다.

삽화 — 끝없이 이어지는 서버 랙의 AI 팩토리에서 토큰이 파이프라인을 타고 도시의 건물들로 흘러가는 아이소메트릭 절개 일러스트
그림 1 — 인프라가 늘수록 지능은 도시로 흘러든다. 수요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삽화: AI 생성(Gemini) · 아트 디렉팅: ARCHIVIA

분기 매출은 962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18%, 전년 같은 분기보다 106% 늘었고, 데이터센터 부문만 890억 달러로 117% 성장했습니다. 총이익률은 75.0%, 다음 분기 매출 전망은 1,080억 달러(±2%)이며 여기에는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이 빠져 있습니다. 실적과 함께 차세대 AI 팩토리 플랫폼 '베라 루빈'의 양산, 에이전트 워크로드용으로 설계된 첫 CPU '베라', 물리 세계를 다루는 개방형 옴니모델 '코스모스 3', 휴머노이드 로봇 레퍼런스 설계와 로봇 안전 스택이 함께 공개됐습니다.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 여섯 곳과 5,000억 달러 규모의 외부 자본을 AI 인프라에 동원하는 금융 파트너십도 발표됐습니다.

설계사무소가 이 숫자에서 읽어야 할 것은 주가가 아니라 곡선의 방향입니다. 인프라가 이 속도로 늘어나는 동안 추론 원가는 계속 내려가고, 같은 값에 살 수 있는 지능은 올라갑니다. 지금 사무소가 쓰는 도구의 구독료와 성능은 반년 뒤의 기준이 아니라는 뜻이며, 도입을 미룰 이유는 줄고 '어떤 업무에 어떤 등급의 모델을 배정할 것인가'라는 운용 설계의 중요성은 커집니다. 코스모스 3와 로봇 안전 스택이 같은 자리에서 발표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컴퓨트의 다음 수요처가 화면 속이 아니라 현장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수요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인프라가 늘수록 도구 값은 내리고 성능은 오른다.

02TREND 02 · AI × HARDWARE에이전트의 손이, 기계에 닿았다⁠

지금까지 AI 에이전트는 문서와 코드, 화면 위의 소프트웨어를 다뤄 왔습니다. 물리 장비는 제조사마다 프로토콜이 다르고, 장비 하나를 에이전트에 연결하려면 그 장비만을 위한 통역 프로그램을 따로 짜야 했습니다. 앤트로픽이 8월 27일 연구 프리뷰로 공개한 '모델 하드웨어 스탠다드(MHS)'는 이 통역 계층을 표준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삽화 — 실험실과 공작 작업장의 현미경·로봇 팔·레이저·토털스테이션이 하나의 회로 리본으로 같은 소켓에 연결된 아이소메트릭 절개 일러스트
그림 2 — 하나의 규격, 같은 소켓 — 언어가 장비의 제어판이 된다. 삽화: AI 생성(Gemini) · 아트 디렉팅: ARCHIVIA

규격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장비는 '읽기(온도를 알려줘)'와 '쓰기(온도를 설정해)' 두 가지 기본 명령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표준 형식으로 네트워크에 자신을 공개해 에이전트가 장비를 찾아 대화할 수 있게 합니다.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규격이며,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있는 장비라면 현미경·액체 분주기·로봇 팔·플레이트 리더·레이저·qPCR 장비까지 대상이 됩니다. 초기 사용 사례로 제넨테크는 단백질 분석 조건 최적화를, 카네기멜런은 희석 실험을 약 3배 빠르게 수행했고 준비 시간은 통상 몇 주에서 8시간으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대는 장비 6대를 일주일 안에 연결했고, 퀘라 컴퓨팅은 레이저 복구 성공률이 58%(150초)에서 99.3%(평균 6초)로 올랐습니다. 한계도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물리·화학적 직관이 필요한 문제 해결에는 약하고, 인터페이스가 없는 장비는 다룰 수 없으며, 위험한 동작 앞에서는 에이전트가 사람의 확인을 기다리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건축 실무에서 이 규격이 향하는 자리는 실험실이 아니라 현장입니다. 토털스테이션·레이저 스캐너·드론·3D 프린터·조립 로봇은 이미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고, 같은 규격 위에 올라오는 순간 BIM 모델의 데이터가 장비를 움직이는 경로가 생깁니다. "이 벽의 먹매김 좌표를 현장 장비로 보내라"가 클릭이 아니라 문장으로 가능해지는 미래입니다. 다만 앤트로픽 스스로가 적은 한계, 즉 위험 동작 앞에서 사람의 확인을 기다렸다는 대목이 곧 사무소의 설계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동작은 자동으로, 어떤 동작은 반드시 승인 뒤에 — 그 선을 긋는 일은 규격이 아니라 사무소가 합니다.

언어가 장비의 제어판이 된다현장 로봇과 계측기가 같은 규격에 오르는 날이 온다.

03TREND 03 · AI PLATFORM플랫폼의 신뢰가, 계약을 끊었다⁠

AI 코딩 도구 커서는 여러 회사의 모델을 한 화면에서 골라 쓰는 방식으로 성장했고, OpenAI 모델은 그 선택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커서가 스페이스X에 인수되면서 이 관계가 흔들렸습니다. OpenAI는 8월 28일, 커서에 대한 모델 공급 계약을 2026년 11월 12일자로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삽화 — 도구 작업장과 모델 보관실이 다리로 이어진 건물에서 산업용 커넥터가 분리되어 있는 아이소메트릭 절개 일러스트
그림 3 — 도구와 모델 사이의 커넥터는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삽화: AI 생성(Gemini) · 아트 디렉팅: ARCHIVIA

발표문이 밝힌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4년 가까이 이어진 관계였지만, 트위터 인수 이후 계약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던 전례와 xAI의 서비스 약관 위반이 선서 증언으로 인정된 사실을 들어, 인수 주체가 약관을 지킬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OpenAI는 계약상 허용되는 최대 기간의 사전 통지를 택했고,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쪽이 커서 안에서 자사 모델을 쓰던 개발자임을 인정하며 전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세부 이관 방안은 발표문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이 설계사무소에 주는 교훈은 코딩 도구를 넘어섭니다. 우리가 쓰는 AI 도구는 대개 '앱'과 '모델'이 겹쳐진 구조이고, 두 회사의 관계가 바뀌면 사무소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워크플로가 끊깁니다. 대응은 분리입니다. 프롬프트와 지침은 앱 밖의 문서로 관리하고, 작업 데이터는 앱에 종속되지 않는 형식으로 내보낼 수 있어야 하며, 핵심 워크플로는 모델 하나가 빠져도 다른 모델로 갈아 끼울 수 있게 설계해 둡니다. 도구를 고르는 기준에 '어느 회사 모델이냐'뿐 아니라 '모델을 바꿔 끼울 수 있느냐'를 넣는 것이, 이번 주 이 발표가 남긴 실무 항목입니다.

도구와 모델은 분리해 둔다프롬프트·데이터·워크플로를 특정 앱에 묶지 않는다.

04TREND 04 · AI × KOREA국민 AI의 창구가, 세 곳으로 정해졌다⁠

정부의 AI 정책이 '모델을 만든다'에서 '국민이 쓰게 한다'로 무게를 옮기는 한 주였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28일 '모두의 AI' 프로젝트 사업자로 SK텔레콤·카카오·KT 세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습니다. 여섯 곳이 경쟁한 공모였습니다.

정부는 올해 세 사업자에 엔비디아 B200 GPU 총 512장을 지원하고 2027년부터는 운영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합니다. 9월 협약을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가 목표이며, 통신·메신저·포털처럼 국민이 이미 쓰는 플랫폼을 접점으로 삼아 범용 챗봇에서 공공서비스 신청과 결제를 대행하는 에이전트까지 구현한다는 방향입니다. 같은 주 8월 30일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구축한 학습데이터 29종 — 약 3,544만 건, 약 1.56조 토큰 규모로 이론상 70~80B급 모델 학습에 쓸 수 있는 분량 — 이 AI허브를 통해 무료로 개방됐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업스테이지·SK텔레콤·NC AI·LG AI연구원 다섯 팀이 참여했고, 2차 평가에서 확보한 데이터도 검증 뒤 추가 개방할 계획입니다.

설계사무소 관점에서 이 두 발표는 한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인프라와 데이터는 국가가 깔고, 쓰임새는 현장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국산 모델과 공개 데이터가 늘수록 건축법·국토계획법·조달 규정 같은 한국어 법규·표준 문서를 다루는 도구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공공 데이터 처리에 국외 모델을 쓰기 어려운 발주처 업무에서도 대안이 생깁니다. 다만 '모두의 AI'는 범용 소비자 서비스로 출발합니다. 전문 업무에 바로 쓸 수 있는 품질인지는 연내 정식 서비스를 직접 써 본 뒤 판단할 일이며, 지금 사무소가 할 일은 어떤 국내 문서 업무를 국산 모델로 옮길 수 있는지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인프라는 국가, 쓰임은 현장국내 법규·표준 문서를 다루는 도구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05TREND 05 · AI × PRACTICE25곳이 권장하고, 19곳만 규칙이 있다⁠

"큰 사무소는 AI를 얼마나 쓰는가"는 소문으로만 돌던 질문이었습니다. 디진이 8월 25일 공개한 조사는 이 질문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 답했습니다. 세계 주요 설계사무소 53곳에 물었고, SOM·포스터 앤 파트너스·자하 하디드·OMA·MVRDV·겐슬러·HOK·스노헤타·하셀·MAD 등 26곳이 답했으며 27곳은 답하지 않거나 논평을 거절했습니다.

삽화 — 도면과 렌더링으로 가득 찬 설계사무소 위층에 아직 비어 있는 규칙서가 놓인 아이소메트릭 절개 일러스트
그림 4 — 도입은 아래층에서 끝났고, 규율은 위층에서 시작된다. 삽화: AI 생성(Gemini) · 아트 디렉팅: ARCHIVIA

답한 26곳 가운데 25곳이 AI를 쓸 뿐 아니라 직원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었고, 거부한 곳은 보필 탈레르 하나뿐이었습니다. 용도는 반복적 행정 업무, 초기 설계안의 생성과 반복, 렌더링과 시각화, 리서치와 보고서, 데이터 문서화 순이었습니다. 도구는 클로드 44%,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이 각 24%, 제미나이가 8곳이었고, 응답한 사무소의 절반 이상은 포스터 앤 파트너스·헤더윅·MVRDV·OMA·겐슬러처럼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공식 AI 정책을 갖췄다고 확인한 곳은 19곳에 그쳤습니다. 한편 EU AI법 50조가 8월 2일부터 시행되어, 실제처럼 보이는 AI 생성·수정 이미지에는 최초 노출 시점에 'AI 생성' 표시가 요구됩니다. 디진이 인용한 법률 전문가는 사실적으로 표현된 미건립 건물의 렌더링이 이 조항의 적용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며, 크롭·색 보정 같은 단순 보정은 제외되고 위반 시 과태료는 최대 1,500만 유로 또는 연 매출의 3%입니다.

이 조사가 국내 사무소에 건네는 질문은 "AI를 쓰느냐"가 아닙니다. 그 단계는 지났습니다. 남은 질문은 "무엇을 어디까지, 누구의 책임으로 쓰는가"를 문서로 갖고 있느냐입니다. 발주처 데이터를 어떤 모델에 넣어도 되는지, AI가 만든 이미지에 어떤 표시를 붙일지, 생성된 도면과 수치를 누가 어떻게 검증하는지 — 이 세 가지만 한 장으로 적어 두어도 19곳 안에 들어갑니다. 유럽 발주처와 일할 가능성이 있는 사무소라면 렌더링의 AI 표시 규칙을 지금 정해 두는 편이 나중에 고치는 것보다 쌉니다. 도입은 끝났고, 규율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규율이 있어야 속도가 사무소의 자산이 됩니다.

도입은 끝났다, 남은 건 규율EU AI법 50조는 8월 2일부터 AI 이미지 표시를 요구한다.
CARD EDITION
인스타그램·모바일용 카드 7장 — 누르면 원본 크기로 열립니다.
표지 — 컴퓨트는 넘치고, 규율은 여전히 사무소의 몫이다 TREND 01 — 962억 달러, 수요는 아직 정점이 아니다 TREND 02 — 에이전트의 손이, 기계에 닿았다 TREND 03 — 플랫폼의 신뢰가, 계약을 끊었다 TREND 04 — 국민 AI의 창구가, 세 곳으로 정해졌다 TREND 05 — 25곳이 권장하고, 19곳만 규칙이 있다 마무리 — 규율이 있어야, 속도가 자산이 됩니다

출처

허선미 건축사 대한민국 건축사(KIRA) · 충남건축사회 BIM·AI위원회 위원장 · ARCHIVIA 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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