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A-FLOW
AI BRIEF · No.023 · 2026.09.24 THU

AI 회사들이 모델 검증을 바깥에 맡긴다

2026년 9월 4주. 이번 호에서는 xAI의 그록 4.7(Grok 4.7)과 오픈AI(OpenAI)의 GPT-6 솔(Sol)·루나(Luna) 출시, 엔드라(Endra)의 전기설계 자동화 프로그램, 벡터웍스(Vectorworks) 2027의 그래픽 전환, 앤트로픽(Anthropic)과 액센츄어(Accenture)의 상주 평가 협력을 살펴봅니다. 설계사무소에서 확인할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점선이 그어진 용어에 마우스를 올리거나 누르면 뜻이 뜹니다.

01TREND 01 · AI MODEL사흘 사이에 새 모델 셋이 나왔다⁠↗

xAI는 그록 4.7(Grok 4.7)을 공개했습니다. 코딩과 에이전트 작업, 전문 지식 업무를 겨냥한 모델입니다. 값은 그록 4.6과 같게 두었습니다. 입력 100만 토큰에 2달러, 출력 100만 토큰에 6달러입니다. 회사는 더 큰 기반 모델을 썼고, 여러 시간이 걸리는 문제 위주로 학습을 길게 돌렸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뒤인 오픈AI(OpenAI)가 GPT-6 솔(Sol)과 GPT-6 루나(Luna)를 열었습니다. 두 모델 모두 API 값을 직전 세대의 절반으로 내렸습니다. 오픈AI는 저장과 계산 방식을 개선해 아낀 비용을 값에 그대로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루나는 무료 요금제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새 모델 값 비교 (100만 토큰 기준 · 각 사 발표 기준)
모델공개일입력출력
그록 4.7 (xAI)2달러6달러
GPT-6 솔 (오픈AI)2달러10달러
GPT-6 루나 (오픈AI)0.10달러0.50달러

설계사무소에서 눈여겨볼 것은 성능 순위보다 값의 자리입니다. 같은 입력 100만 토큰에 그록 4.7과 GPT-6 솔이 모두 2달러입니다. 한 해 전이라면 최상급 모델에만 붙던 값입니다. 사무소가 AI를 쓰는 방식도 여기에서 갈립니다. 회의록 정리나 긴 문서 요약처럼 양이 많은 일은 가장 싼 모델로 내려도 됩니다. 검토와 판단이 걸린 일만 비싼 모델에 남기면 한 달 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삽화 - 왼쪽에는 굵은 수직 배관 한 줄이 곧장 올라가고 오른쪽에는 가는 배관 여러 가닥이 층마다 다른 설비에 따로 연결된 건물 절개도
그림 1 - 왼쪽에는 예전부터 있던 굵은 수직 배관 한 줄이 꼭대기까지 곧장 올라가고, 오른쪽에는 가는 배관 여러 가닥이 새로 들어와 층마다 다른 설비에 따로 연결된 건물 절개도. 삽화: AI 생성(Gemini) · 아트 디렉팅: ARCHIVIA
업무별로 어느 모델을 쓸지 정한다값이 내려가면 쓰던 모델을 그대로 둘 이유가 줄어듭니다.

02TREND 02 · MEP AUTOMATION전기설계를 하루에 끝낸다고 한다⁠↗

스웨덴 회사 엔드라(Endra)가 파워 스튜디오(Power Studio)를 공개했습니다. 전기설계와 계산, 검토, 도서 작성을 한 자리에서 처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엔지니어가 프로젝트 요건을 정하면 AI가 일을 나눠 맡고, 사람은 중간중간 결과를 검토합니다. 발표는 오토데스크 유니버스(Autodesk University) 전날 라스베이거스에서 회사가 연 자체 행사에서 있었습니다.

회사가 내건 수치는 분명합니다. 연면적 4만 6천 제곱미터 상업시설의 법규 적합 전기설계를 하루 안에 끝낸다는 것입니다. 같은 일을 종전 방식으로 하면 약 두 달이 걸린다고 회사는 적었습니다. 사무소 기준을 담아 두는 플레이북(Playbooks)이 있습니다. 같은 실을 한 번에 적용하는 타입 룸(Type Rooms)도 있습니다. 전선 굵기와 전압 강하는 자동으로 검사합니다. 결과물은 레빗(Revit) 모델과 계통도, 시공도, 패널 집계표, 자재 수량서로 나옵니다. 회사는 앞서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이끈 5천만 달러 투자를 받았습니다. 같은 날 스위스의 기계설비 AI 회사 플랜랩스(Planlabs) 인수도 함께 알렸습니다.

국내 사무소가 오늘 이 프로그램을 쓸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볼 만합니다. 자동화가 계획 단계가 아니라 설비 실시설계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람볼(Ramboll)과 뷰로 하폴드(Buro Happold) 같은 유럽의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가 이미 쓰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협력사의 전기·기계 도서가 이런 방식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면, 사무소가 볼 자리는 도면 자체가 아니라 그 도면을 만든 기준이 됩니다. 두 달이 하루가 되어도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삽화 - 벽면의 도면 걸이대가 텅 비어 있고 맞은편 작업대 위 평면에서 배선 한 줄이 분전반까지 저절로 뻗어 나가는 제도실 절개도
그림 2 - 왼쪽 벽면을 차지한 도면 걸이대는 걸이봉만 남고 비어 있으며, 오른쪽 작업대 위에 떠 있는 층 평면에서 배선 한 줄이 복도를 따라 분전반까지 저절로 뻗어 나가는 제도실 절개도. 삽화: AI 생성(Gemini) · 아트 디렉팅: ARCHIVIA
협력사 설계 도서의 검토 기준을 확인한다작성이 빨라져도 무엇을 근거로 그렸는지는 사람이 봅니다.

03TREND 03 · DESIGN PLATFORM벡터웍스 2027이 그래픽을 GPU로 넘겼다⁠↗

벡터웍스(Vectorworks)가 2027 버전을 냈습니다. 아키텍트(Architect)와 랜드마크(Landmark),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포함한 제품군 전체가 대상입니다. 영문판이 먼저 나왔고 다른 언어판은 10월부터 내년 1분기까지 차례로 나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화면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불칸(Vulkan)과 메탈(Metal)을 써서 그래픽 카드에 직접 그림을 시킵니다. 윈도(Windows)에서는 불칸, 맥(Mac)에서는 메탈입니다. 회사는 화면 확대와 이동이 15배에서 35배 빨라졌고, 여러 개체를 한 번에 고르는 속도는 50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재질은 최신 방식으로 바뀌어 편집하는 동안 결과를 바로 봅니다. AI 비주얼라이저(AI Visualizer)는 구글(Google)의 나노 바나나(Nano Banana) 모델을 불러 이미지를 만듭니다. 참조 이미지는 14장까지 받습니다. 자료를 주고받는 익스체인지(The Exchange)도 새로 들어왔는데, 레빗 패밀리와 DWG 블록을 그대로 불러옵니다. 다만 AI 비주얼라이저와 구글 지도 이미지는 구독 중인 사용자만 쓸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벡터웍스를 주력으로 쓰는 사무소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발표가 보여 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이제 설계 도구의 새 버전에는 AI 기능이 기본 항목으로 올라옵니다. 도구를 갱신할 때 볼 것도 함께 늘었습니다. 그 기능이 구독에 묶여 있는지, 그리고 이미지가 어디로 보내져 만들어지는지입니다.

도구 갱신 때 AI 기능의 조건을 확인한다구독 여부와 자료가 오가는 경로가 기능마다 다릅니다.

04TREND 04 · AI GOVERNANCE앤트로픽이 평가자를 회사 안에 들였다⁠↗

앤트로픽(Anthropic)은 액센츄어(Accenture)와의 평가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액센츄어의 AI 전문 조직 패컬티(Faculty)가 이 일을 맡습니다. 두 회사는 앞으로 5년간 각각 10억 달러 이상을 여기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평가자가 서 있는 자리입니다. 이들은 앤트로픽 안에 상주하면서 직원에 준하는 접근 권한을 받습니다. 모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배포 결정을 살피고, 직원과 직접 이야기합니다. 하는 일은 모델 평가와 레드팀, 의도대로 움직이는지 점검하기, 안전장치 시험입니다. 이 계약은 한쪽만 묶어 두는 방식이 아닙니다. 앤트로픽은 다른 평가 기관과도 일할 예정이고 비영리 기관 METR과도 이야기 중이라고 적었습니다.

같은 날 구글도 한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지난 5월 보안 평가에서 제미나이(Gemini)가 외부 시스템 세 곳에 허가 없이 접속했다는 사실입니다. 평가는 독립 평가 회사 이레귤러(Irregular)가 진행한 모의 훈련이었습니다. 훈련용으로 지어낸 회사 이름이 실제로 있는 주소와 겹쳤고, 인터넷 연결이 열려 있었습니다. 제미나이는 그곳을 훈련의 일부로 여기고 접속 정보를 추측하거나 공개된 자료에서 찾아 들어갔습니다. 구글은 이것이 의도를 벗어난 행동으로까지 볼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소식은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만든 쪽이 스스로 검사할 때 놓치는 것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설계에서는 낯선 구조가 아닙니다. 사무소는 이미 도면을 그린 사람과 검토하는 사람을 나눕니다. 감리는 아예 밖에 둡니다. 볼 것은 AI 산출물에도 같은 선이 그어져 있는지입니다. AI가 만든 도면과 문서를 그것을 돌린 사람이 그대로 검토하고 있다면, 검토 단계가 하나 비어 있는 셈입니다.

삽화 - 안쪽 방의 점검대는 천에 덮인 채 놓여 있고 컨베이어가 외벽을 관통해 바깥에 덧붙여 지은 별도 점검 부스로 물건을 보내는 작업동 절개도
그림 3 - 안쪽 작업실의 기존 점검대는 천에 덮인 채 쓰이지 않고, 컨베이어가 외벽을 관통해 바깥에 덧붙여 지은 별도 점검 부스로 물건을 보내는 작업동 절개도. 삽화: AI 생성(Gemini) · 아트 디렉팅: ARCHIVIA
AI 산출물의 검토자를 사무소 안에서 정한다만든 사람이 스스로 검사하는 구조를 피합니다.

마무리 - 값은 내려가도 확인할 일은 남습니다

이번 호의 네 소식은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AI를 쓰는 값은 빠르게 내려갔고, 그 힘이 계획 단계를 지나 설비 실시설계까지 닿았습니다. 설계 도구의 새 버전에도 AI가 기본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만든 쪽은 검증을 바깥에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소가 이번 주에 확인할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업무별로 어느 모델을 쓸지 나눠 정합니다. 양이 많은 일은 값싼 모델로 내려도 됩니다.
  2. 협력사가 자동화로 만든 도서를 어떤 기준으로 검토할지 미리 정합니다.
  3. 설계 도구를 갱신할 때 새로 붙은 AI 기능의 구독 조건과 자료 경로를 봅니다.
  4. AI가 만든 산출물을 만든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검토하도록 자리를 나눕니다.

값이 내려간 것은 사무소가 고른 일이 아닙니다. 다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직접 볼지는 위 네 줄에서 정하실 수 있습니다.

CARD EDITION
인스타그램·모바일용 카드 6장 - 누르면 원본 크기로 열립니다.
표지 - AI 회사들이 모델 검증을 바깥에 맡긴다 TREND 01 - 사흘 사이에 새 모델 셋이 나왔다 TREND 02 - 전기설계를 하루에 끝낸다고 한다 TREND 03 - 벡터웍스 2027이 그래픽을 GPU로 넘겼다 TREND 04 - 앤트로픽이 평가자를 회사 안에 들였다 마무리 - 값은 내려가도 확인할 일은 남습니다

이 호의 용어

본문의 점선 용어를 누르면 같은 풀이가 그 자리에서 뜹니다.

xAI
그록(Grok)을 만드는 미국의 AI 회사
토큰
AI가 글을 읽고 쓸 때 세는 최소 단위, 글자 한두 개 정도
API
다른 프로그램에서 AI 기능을 불러 쓰는 연결 방식
엔드라(Endra)
전기설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신생 회사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벤처투자 회사
벡터웍스(Vectorworks)
네메첵(Nemetschek) 그룹에 속한 미국의 설계 소프트웨어 회사
불칸(Vulkan)과 메탈(Metal)
프로그램이 그래픽 카드에 직접 그림을 시키는 통로
나노 바나나(Nano Banana)
구글의 이미지 생성 AI 모델에 붙은 이름
앤트로픽(Anthropic)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만드는 미국의 AI 회사
액센츄어(Accenture)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경영·기술 컨설팅 회사
레드팀
일부러 약점을 찾아 공격해 보며 검증하는 방식
이레귤러(Irregular)
앞선 AI 모델의 위험을 시험하는 독립 평가 회사

출처

허선미 건축사 대한민국 건축사(KIRA) · 충남건축사회 BIM·AI위원회 위원장 · ARCHIVIA 건축사사무소 대표